초등학교 때 병아리 10마리로 축산업 인연
정성드린 병아리가 닭이 되었을 때 마리당 병아리는 7원, 닭은 250원이였다.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 100마리를 사 같은 방법으로 닭을 팔아 이번에는 돼지를 샀다. 동물을 키우는 게 좋았고, 돈을 버는 재미도 알게 됐다.
이참에 그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고를 가기로 결심했다.
열여덟살이 되던 해에는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어엿한 사장이 됐고 자본금 4000만원으로 전라북도 익산시 황등면에 농장을 차렸다.
3조5000억원의 하림그룹을 이끄는 수장 김홍국 회장의 이야기이다.
최근 미국 델라웨어 파산법원으로부터 미국 닭고기 회사 앨런패밀리푸즈 인수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병아리 10마리에서 출발한 소년이 글로벌 종합 축산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오랫동안 그려오던 글로벌 경영의 본체가 새로 닻을 올렸게 되었다.
지난달 투자자문회사인 JKL파트너스로부터 미국 닭고기 회사를 인수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델라웨어 메릴랜드 버지니아주 등 동부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 19위의 앨런패밀리푸즈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미국시장은 수 년 전부터 관심있던 터라 놓칠 수 없는 기회로 판단했다.
그가 직접 나서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올해 초 미국의 또 다른 닭고기 업체인 타운센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셨던 탓에 더욱 철저히 준비에 매달렸다.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하려면 미국 본토에서 승부할 생각이였다.
인수 과정은 당초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던 우크라이나 옴트론은 빠지고, 미국내 경쟁사인 마운테어(Mountaire Farm)와 입찰했다.
인수는 파산업체 자산을 특정 조건에 사들이기로 사전 합의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다.
앨런 측은 사전에 경쟁사 마운테어와 3000만 달러에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하림은 마운테어 측에서 폐쇄하기로 한 하버슨 공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1000만 달러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최우선 매수권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미국에 이만한 규모의 공장과 시설을 새로 지으려면 4000억~5000억원 이상 드는데 자산인수 비용 500억원에 산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남는 투자이다.
미국은 세계 농식품 산업의 센터, 심장입니다. 규모가 크고, 기술력도 높은데다 정보도 빠르다.
글로벌 경영을 하려면 미국 본류에 들어가기 위해 앨런패밀리푸즈 인수했다.
미국 회사 인수로 미국 주정부, 농무성 등과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생긴다.
앞으로 앨런패밀리푸즈 현지를 방문해 경영진을 만나 구체적인 경영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하림, 앨런 두 브랜드를 같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2차 가공육인 삼계탕을 미국 시장에 내다 팔 생각이다.
축산 경영자로 살아온 김 회장에게는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첫 위기는 김 회장이 스물다섯되던 82년에 찾아왔다.
18세에 자본금 4000만원으로 설립한 황등농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당시 또래에 비해 이른 성공에 취해 있었다.
현금이 늘 두둑하다보니 사람들과 곧잘 어울려 다녔다.
하지만 전국 축산농가에 들이닥친 닭값 폭락의 여파에 그가 일군 성취는 한 순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엄청난 불황에 시달렸다.
사람들에게 들킬까 밤에는 돼지 막사에서 쪽잠을 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산업에 뛰어든 게 뼈져리게 후회가 됐다.
밤에 눈을 붙일때면 좌절과 후회가 밀려왔다.
아침에는 희망을 붙잡아보려 안간힘을 썼다.
식품회사에 입사해 영업부장으로 샐러리맨 생활도 했다.
어느 날 가게에 들렀는데 김 회장의 눈이 번쩍 띄였다.
돼지 값은 폭락해 있는데 가공식품인 소시지 값은 예전 가격 그대로였던 것이다.
돼지나 닭 값이 폭락해도 값이 안 떨어지는 가공사업을 할 결심을 하게 된다.
하림그룹이 강조하는 3장 통합경영이란 농장-공장-시장을 기반으로 사육 가공 유통을 수직계열화 이다.
농장에서 닭을 사육하고 공장에서는 사료가공 식품생산을 담당하며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식품을 유통시킨다는 경영 전략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해 1986년에 하림을 설립했다.
이 시기에 행운이 뒤따라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면서 양념 치킨 체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닭고기 수요도 이와 맞물려 폭발적으로 증가해 하림이 급성장 했다.
당시 하루에 2000만원, 3000만원씩 벌었다.
두 번째 위기는 1997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외환위기 때였다.
420억원을 들여 대지 1만8000여평 규모의 육가공 공장 증축이 1997년 8월이다.
외환위기로 이자가 27%까지 올라 초현대식 공장을 제대로 가동해 보지도 못한 채 금방이라도 문을 닫을 판이었다.
금방이라도 부도가 날 것 같았다.
IBRD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 투자 유치 신청을 했다.
두 달 가까운 조사 끝에 하림의 경영 구조를 높이 평가하고 IFC는 2000만달러 투자 승인을 확정되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환율도 2000만달러 투자 받을 당시 1400원대로 뛰었던 환율이 원금 상황 기간에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잘 나가던 회사는 2003년 다시 세 번째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는 화재로 공장이 전소되고 조류독감까지 전국을 강타했다.
닭고기 소비는 급격히 줄어 주위 사람들은 회사가 곧 망할거라 했다.
당시 여기저기 투자해 벌려 놓은 사업이 많아 무리한 투자되어 있었다.
돈을 빌리러 찾아간 은행에 화재가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은행도 고심 끝에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를 계기로 오히려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업그레이드 했다..
위기를 온전히 극복해 내는 것은 40년짜리 인생 대학을 나와 성숙함을 터득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긍정론자이다.
지금도 세상에는 엄청난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이 된다는 것은 모든 기회를 갖는다는 뜻이다.
어려워 보여도 한 번 해보면 길이 보인다.
앨런패밀리푸즈를 인수가 미국에 더 큰 불황이 닥쳐면 다 망한다는 사람도 있다.
매사를 이렇게 접근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잡은 기회는 잡으려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눈에 보이는 성공만 본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처럼 제가 만약 부모님 말씀대로 공부만 했다면 지금의 하림은 없다.
형제들(4남 2녀) 모두 공무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상상도 못했던 기회가 여기저기 쏟아진다는 걸 후배들이 알았으면 한다.
지식이 모자라도 열정, 도전정신, 긍정적 성품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자연스럽게 지식을 채울 수도 있다.
동북아는 식량 자원이 부족해 단백질, 탄수화물 식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년 안에 미국 서부를 개척해 서부 지역 미국 회사를 인수해 신선육도 전세계로 수출하고, 농산물 자원도 가져올 예정이다. 네덜란드가 모델이 될 수 있다.
곡물 자급률이 25%로 우리와 비슷한데, 남미에서 오렌지를 싸게 들여와 유럽 전역에 공급해 시장 점유율 60%인 나라다.
10년 후에는 하림의 글로벌 매출과 국내 매출 비중이 6대 4로 역전될 것이다.
